해외순방 국제회의/포럼

[러시아 방문] 제3차 동방경제포럼(EEF) 전체회의

2017.09.07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 전체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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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님, 동방경제포럼(EEF : Eastern Economic Forum)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이 중요한 행사에 참석하게 되어 아주 기쁩니다.
아베(安倍普三) 총리님, 지난 7월 G20 정상회의에 이어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칼트마 바툴가(Khaltmaa Battulga) 대통령님, 나처럼 신임이어서 특별히 반갑습니다.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각국 정부 대표단, 경제인, 귀빈 여러분!
반갑습니다. 러시아 극동 지역 최대 항구 도시인 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를 처음 방문했습니다. 아주 정겹게 느껴집니다. 바다와 어울리는 풍광과 항구에서 올려다본 언덕 위의 집들은 내 고향 한국의 부산을 떠올리게 합니다. 지금도 부산 감천항에 가면 러시아 배가 수산물을 싣고 들어옵니다. 부산역 앞에 가면 러시아어 간판을 흔하게 볼 수 있고, 러시아 빵 흘렙(Khleb)과 발효 요구르트 케피르(Kefir)를 맛볼 수 있습니다.
일찍이 제정러시아의 예카테리나 2세(EkaterinaⅡ)는 극동시베리아의 잠재력을 간파하고 “빛이 밝아오는 곳, 동쪽의 별이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극동은 여전히 잠재력이 가득하고 매력적인 곳입니다. 오늘날 극동지역은 러시아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국가의 협력과 공동번영을 이끌 수 있는 희망의 땅입니다. 이 희망이 푸틴 대통령님의 리더십 아래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자는 동방경제포럼의 슬로건에 맞게 러시아와 동북아시아 국가 간 협력을 한층 본격화할 것입니다.

푸틴 대통령님, 내외 귀빈 여러분!
이곳 극동 지역은 러시아인과 한국인이 이미 오래전부터 서로 협력했던 곳입니다. 이곳은 러시아의 선조들이 개척했고 한국의 선조들이 찾아와 함께 살아온 터전입니다. 동토였던 이곳은 러시아인의 땀과 한국인의 땀이 함께 떨어져 따뜻한 땅으로 변했습니다.
이곳에 오면서 울창한 숲과 꿈틀거리는 대지를 보았습니다. 시베리아에서 한반도의 백두산까지 넘나들었던 호랑이를 떠올렸습니다. 오래전부터 한국인은 호랑이를 영물로 여기며 아주 좋아합니다. 푸틴 대통령님도 기상이 시베리아 호랑이를 닮았다고 합니다. 나의 이름 문재인의 인(寅)자도 호랑이를 뜻합니다. 우리는 호랑이의 용기와 기상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극동지역 발전에 나선다면 안 될 일이 없지 않겠습니까?

한국과 러시아는 시베리아 호랑이로 상징되는 인연뿐 아니라 이 지역 곳곳의 삶에서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Dostoevsky, Fyodor Mikhailovich), 톨스토이(Tolstoy, Lev Nikolayevich)와 함께 극동과 사할린(Sakhalin)을 문학에 담아낸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Chekhov, Anton)를 한국인은 매우 사랑합니다.
이곳은 한국 문학의 중요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한국 근대 소설가 이광수의 작품 《유정》은 시베리아와 바이칼(Baikal) 호수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작가 조명희는 연해주에서 살면서 이곳의 삶을 소설로 썼습니다. 그의 문학비가 지금 극동연방대학 악사코브스카야 박물관 앞에 서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나는 오래되고도 깊은 양국 관계를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극동 지역에서 함께 도우며 살아간 공통의 추억과 경험이 있습니다. 그 추억이 앞으로도 함께 살아갈 힘이 될 것입니다. 그 경험이 더 큰 발전을 이끌어 낼 기반이 될 것입니다.

푸틴 대통령님!
나는 한국에서 볼쇼이(Bolshoi) 발레단의 공연을 보았습니다. 이곳 마린스키(Mariinskii) 극장에서도 세계 최고의 러시아 발레를 관람하고 싶습니다. 나는 마린스키 극동 극장을 통해 신동방정책에 대한 푸틴 대통령님의 깊은 의지를 느낍니다.
나 또한 극동 지역을 포함한 북방 지역과의 경제협력 의지가 확고합니다. 임기 중에 러시아와 더 가깝게, 아주 긴밀한 관계를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그것을 한국은 신북방정책의 비전으로 갖고 있습니다. 신북방정책은 극동 지역 개발을 목표로 하는 푸틴 대통령님의 신동방정책과 맞닿아 있습니다. 신북방정책과 신동방정책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극동입니다. 러시아가 추진하는 극동 개발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가 한국이며, 한국이 추진하는 신북방정책도 러시아와의 협력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나는 이를 위해 러시아의 극동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남북 관계의 어려움으로 진척되지 못했던 사업을 포함해 러시아와의 협력을 더 우선하는 목표로 삼고자 합니다.
이를테면 조선・해운 협력은 양국 간 경제협력의 새로운 모델이며 국제 해운환경을 바꿔 내는 일입니다. 북극항로 개척은 너무나 가슴 뛰는 일이지 않습니까? 자루비노(Zarubino) 항의 개발과 맞물려 한국의 조선산업이 결합한다면 북극항로는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여는 신(新) 실크로드가 될 것입니다.

한국의 조선업은 세계 1위입니다. 최근 6년간 발주된 대형 LNG선박 64%가 한국에서 만들어지고 있을 만큼 기술력이 최고입니다. 이미 러시아에서 쇄빙 기능을 갖춘 LNG운반선 15척을 수주하여 1척을 건조・인도 완료했습니다. 세계최초의 쇄빙LNG운반선입니다. 지난 6월 푸틴 대통령님은 이 쇄빙LNG운반선의 명명식에 참석해 “북극 항로의 가능성을 활짝 연 것이며, 유럽뿐 아니라 전세계 에너지산업 발전에 크게 공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계 해운이 갈 길을 밝힌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이 배는 이미 지난달 노르웨이에서 북극 항로를 통해 한국의 충남 보령항까지 쇄빙선의 도움 없이 운항에 성공했습니다. 수에즈 운하와 인도양을 거치는 남방 항로에 비해 운송 거리, 운송 시간, 운송 비용이 무려 3분의 1이나 절감되었습니다. 이미 한국과 러시아의 협력은 큰 변화를 세계에 보여 주었습니다. 한국은 LNG를 연료로 하는 대형 유조선도 러시아에서 수주했습니다. 국제 해운을 친환경 해운으로 바꾸는 역사적인 일입니다. 쇄빙LNG운반선과 LNG 연료 유조선은 세계가 러시아의 LNG를 수입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러시아 가스의 이용이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나아가 한국 조선기업들은 러시아와 합작사를 설립하여 즈베즈다(Zvezda) 조선소 현대화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러시아의 조선과 에너지 협력은 이미 시작되었고 세계를 바꾸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북 관계가 풀리면 북한을 경유한 가스관이 한국까지 오게 될 것입니다.

푸틴 대통령님, 내외 귀빈 여러분!
나는 약속대로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설치하였습니다. 한국이 북방경제협력 전담기구를 설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러시아의 극동개발부에 대응하여 한국도 극동 개발 협력을 위한 국가 체제를 갖췄습니다. 앞으로 한국의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러시아 및 다른 동북아 국가 관련기관과 긴밀히 협력하여 극동 지역 개발을 중심으로 실질적 협력 방안을 마련할 것입니다. 푸틴 대통령님과 나는 양국 지방협력포럼도 내년부터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포럼을 통해 양국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지방 중소 상공인 간 실질적 협력과 인적교류도 더욱 촉진될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국은 더욱 견고하고 영속적인 북방 협력의 제도적 틀을 마련하기 위해 러시아가 주도하고 있는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 Eurasian Economic Union)과 FTA를 조속히 추진하기를 희망합니다. 이와 함께 한국은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 : Greater Tumen Initiative) 같은 다자간 협력도 강화하기를 희망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극동 지역은 지리적으로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입니다. 유라시아 지역과 동북아・아태 지역을 연결하는 통로입니다. 극동 지역에는 석유・천연가스・철광석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공항・철도・항만 등 인프라 개발 수요도 매우 큽니다. 푸틴 대통령님의 적극적인 투자 환경 개선으로 러시아 내 기업활동 여건도 빠르게 좋아지고 있습니다.
나는 러시아와 한국 사이에 ‘9개의 다리(9-Bridges 전략)’를 놓아 동시다발적 협력을 이뤄 나갈 것을 제안합니다. 9개의 다리는 조선, 항만, 북극 항로와 가스, 철도, 전력, 일자리, 농업, 수산입니다. 우리가 함께 협력할 분야가 참으로 많지 않습니까?
한국은 세계 2위의 가스 수입국입니다. 우리는 러시아에서 가스 수입뿐 아니라 에너지 개발 협력에도 참여하기를 원합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한국인의 역사와도 함께합니다. 1907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고종 황제의 특사 이준이 이 열차를 탔습니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이 이 열차를 타고 베를린까지 갔습니다. 우리 철도와 TSR(Trans-Siberian Railway :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연결은 유라시아 대륙과 해양을 이어주는 통로가 될것입니다.

전력 협력은 에너지 전환이라는 세계적 과제를 해결하는 일입니다. 나는 이 일에 러시아가 앞장서 주길 바랍니다. 러시아의 에너지 슈퍼링 구상이 몽골 고비사막의 풍력・태양광과 함께 거대한 슈퍼 그리드(Super Grid)로 결합하면 동북아시아는 세계 최대의 에너지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는 EU처럼 동북아 경제공동체와 다자안보 체제로 발전하는 밑바탕이 될 수 있습니다. 나는 전력 협력을 통해 동북아 경제 번영과 평화를 동시에 가져 올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나는 동북아 경제공동체와 다자안보 체제까지 전망하는 큰 비전을 가지고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을 위한 협의를 시작할 것을 동북아 모든 지도자들에게 제안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공단 설립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것입니다. 한국의 농업 기술은 세계 어느 나라에 못지않습니다. 지금 많은 한국의 농업기업이 연해주에 진출했고, 러시아 농업에 기술 지원과 기술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수산 물류 가공 복합 단지 조성으로 이뤄질 수산 분야 협력은 미래 식량 문제를 해결할 것입니다. 이 9개의 다리는 미래를 향한 탄탄대로가 될 것입니다.

푸틴 대통령님, 한국기업은 그동안 어려운 지정학적 환경에서도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진전시켜 왔습니다. 자동차・가전 등 일부 분야는 러시아의 국민 브랜드로 부상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에서 판매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리오 자동차는 7년 전 현대자동차의 상트페테르부르크(Sankt Peterburg) 공장 투자의 결실로 러시아 부품 업체들과 협력해서 이루어 낸 결과입니다. 한국기업의 자본과 기술력은 극동 지역의 대형 산업 시설과 인프라 구축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정부는 러시아 정부와 협력하여 투자기업의 금융 활용 가능성을 높이는 등 필요한 지원을 다하고자 합니다.
러시아 속담에 “묵묵히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대형 프로젝트의 추진도 중요하지만 단기간에 실현 가능한 협력을 추진해 성공 사례를 많이 만든다면 양국 기업 간에 깊은 신뢰가 구축될 것입니다. 한국기업들은 농업・물류 분야뿐만 아니라 ICT 기술을 활용한 교통 분야 사업, 폐기물과 관련한 친환경 사업, 호텔・리조트 개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경험과 경쟁력을 갖춘 한국 중소기업이 극동 지역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보건・의료 분야, 교육 분야에서도 인적 교류와 기술 협력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극동에서 이번 동방경제포럼의 주제처럼 동방의 새로운 현실을 창조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극동 지역을 ‘환태평양 시대를 주도하는 역동의 협력 플랫폼’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습니다.

푸틴 대통령님, 내외 귀빈 여러분!
며칠 전 북한은 6차 핵실험으로 또다시 도발했습니다. 한반도 평화뿐 아니라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입니다. 극동 발전을 위한 러시아 입장에서도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나는 북한의 도발을 막는 국제적 제재에 러시아가 지속적으로 동참해 온 것을 감사드리면서 지속적인 지지를 요청합니다. 또한 나는 동북아 국가들이 협력하여 극동 개발을 성공시키는 일 또한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또 하나의 근원적 해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북아 국가들이 극동에서 경제협력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북한도 이에 참여하는 것이 이익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핵 없이도 평화롭게 번영할 수 있는 길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남・북・러 삼각 협력을 위해 그간 논의되어 온 야심찬 사업들이 현재 여건상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더라도 한국과 러시아 양국이 힘을 합쳐 협력할 수 있는 사업들은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합니다. 물론 북한이 시작부터 함께한다면 더 좋은 일입니다. 조속한 시일 내에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로 복귀하여 이러한 사업들에 동참하기를 절실하게 바랍니다.

내년 2월 한국의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됩니다. 전통적 동계 스포츠 강국이고 직전 소치동계올림픽을 주최한 러시아 국민이 한국을 더 많이 찾아 주시길 희망합니다.
푸틴 대통령님도 평소 스키와 아이스하키를 좋아하고 즐기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평창에 와 주시면 자연스럽게 한・러 연례 정상회담이 복원될 것입니다.
동계올림픽을 연이어 주최한 주최국으로서 전 세계에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함께 보낼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