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방문 | G20 정상회의] '철조망, 평화가 되다' 특별 전시 관람

2021.10.29

오늘 평화의 십자가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기획한 박용만 이사장은 얼마 전까지 한국에서 대기업 회장이었고, 한국의 경제계를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 의장이었습니다.
박용만 이사장은 이전에 특별한 십자가 프로젝트를 한 바 있습니다. 한국의 옛날 재래시장에는 가장 밑바닥의 노동자들이 손수레에 물건을 운반해 주는 일로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더욱 많은 물건을 싣기 위해서 나무를 덧대서 더 크게 만든 그 손수레를 ‘구르마’라고 불렀습니다. 지금은 시장이 현대화돼 있기 때문에 구르마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습니다. 박용만 회장은 지금은 사용되지 않지만 수십 년 된 그 구르마, 그래서 수많은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과 삶의 고통이 배어 있는 그 구르마의 낡은 목재로 십자가를 만들었습니다. 가장 가난한 노동의 십자가라고 할 수 있는 그 십자가를 나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십자가라고 불렀습니다.

이번 평화의 십자가는 더욱더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한반도를 가로지르고 남북한을 하나로 갈라놓는 250km의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에는 수없이 많은 철조망이 설치돼 있습니다. 그리고 그 철조망에는 여러분들이 아시다시피 아주 날카로운 가시들이 촘촘하게 달려 있습니다. 오고 갈 수 없다는 금지의 선이면서 적대와 대립의 상징이 철조망입니다.
우리 정부 들어서 남북한의 대화가 이루어지고, 군사합의가 이루어지고, 적대 행위를 중단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이 많이 완화되고 평화가 증진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우리 정부는 철조망의 일부를 철거했는데 그 녹슨 철조망이 이렇게 아름다운 평화의 십자가로 변신한 것입니다.
성경에는 “전쟁을 평화로 바꾼다는 그 상징으로 창을 녹여서 보습을 만든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오늘의 이 십자가는 그 의미에 더해서 이제는 고향으로 돌아가서 헤어진 가족들을 만나고 싶다는 수많은 남북한 이산가족들의 염원과, 이제는 전쟁을 영원히 끝내고 남북 간에 서로 평화롭게 지내고 싶다는 대한민국 국민의 간절한 염원과 기도가 담겨 있습니다.

여러분, 한 번 상상해 보십시오.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의 철조망이 철거되고 남북한의 전쟁이 영원히 끝난다면, 그곳에는 남북한에 있는 국제기구 사무실들이 위치하고, 유엔의 평화기구들이 들어서고, 남북의 연락사무소가 들어섬으로써 그야말로 국제평화지대로 변모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지난 유엔총회에서 했던 종전선언의 호소를 이렇게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형상화한 박용만 이사장님 그리고 권대훈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함께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