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포스트 공동 기고문

2020.07.16

“우리 모두가 안전해지기 전까지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안토니우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의 이 말 속에 앞으로 우리에게 닥쳐올 중대한 도전과제가 무엇인지 잘 나타나 있습니다. 21세기 들어 가장 치명적인 팬데믹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고,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외에서 팬데믹을 종식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체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는 모든 국가가 백신에 대한 접근권을 가질 수 있어야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야기하고 있으며, 그 어떤 나라도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모든 국가가 국민의 목숨이나 건강을 앗아가는 직접적 결과이든, 경제・보건・교육 등 사회 전반에 대한 타격이라는 간접적 결과 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빈곤층과 취약계층에 대한 영향은 더욱 심각합니다.
다행히 세계보건기구(WHO)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많은 노력과 투자, 국제공조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백신은 공중보건 증진을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이며, 생명을 구하는 데 긴요한 물품입니다. 최근 몇 십 년 동안 아동사망률이 크게 감소한 것도 백신 덕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200여 개에 달하는 잠재적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이 개발되고 있어 곧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백신이 한 개 이상 개발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입니다. 그러나 백신 개발 이후가 백신 개발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백신 개발이 한 명의 승자만이 남아 있는 경쟁으로 이어져서는 안됩니다. 백신개발의 성공이 우리 모두를 위한 승리가 되어야 합니다.

백신에 대한 접근권으로 국가 내 또는 국가 간 불평등이 심화하도록 두어서는 안되며 이는 저소득, 중소득, 고소득 국가 모두에 해당합니다. 앞으로 개발될 코로나19 백신은 우리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모두를 위한 전 연령층의 건강한 삶 보장 및 복리 증진’을 달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 세계 인구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정도로 충분한 분량의 백신과 치료제를 생산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백신을 개발하는 데 있어 자원, 전문성, 경험 측면에서의 글로벌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글로벌 협력은 그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으면서, 백신을 생산・보급할 수 있을지 여부로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입니다. 이 시험을 무사히 통과한다면, 우리는 바이러스를 물리치고 팬데믹으로부터 회복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백신이 투명하고, 공정하며, 과학적 논리에 기반한 원칙에 따라 보급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강구해야 합니다.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로 생존 여부가 결정되어서는 안됩니다. 글로벌 연대는 생명을 구하고, 경제를 보호하는 데 있어 핵심입니다. 인도주의적 필요와 최빈 개발도상국, 군소도서 개발도상국 등 취약국 지원 필요성 등을 감안하면서 백신의 보급 흐름을 관리해 나가는 것이 현명하고 전략적인 행동방식이며, 이를 통해 전 세계 모든 국가가 혜택을 받을 것입니다.

백신 보급 흐름을 전 세계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가려면 상호 신뢰, 투명성 및 책임성을 보장하는 강력한 다자체계가 필요합니다. 수단보다는 필요에 기반하고,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 따른 공평하고 효과적인 백신 보급체계는 생명을 구하고 보건체계를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이미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코로나19 글로벌 백신공급체계(COVAX Facility)를 포함하여 백신에 대한 접근권 보장을 위한 국가・지역・세계적 차원의 다양한 구상들이 나와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구상들이 상호 조율, 보완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특히 WHO의 선도적 역할뿐만 아니라 백신의 개발, 생산 및 공평한 분배 촉진을 위한 구상(ACT-A) 실현을 위한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및 감염병혁신연합(CEPI)의 지속적인 노력을 평가합니다. 아울러 우리는 개발도상국 취약계층의 백신에 대한 가용성 및 접근성 보장을 위한 국제백신연구소(IVI)의 역할을 평가하며, 국제적 노력을 조율된 형태로 추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유엔 사무총장의 리더십을 전적으로 지지합니다.

프랑스와 튀니지가 초안을 마련한 코로나19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서 전 세계 무력 분쟁의 휴전을 촉구했던 사례와 같이, 성공적으로 관리되는 백신의 보급은 미래를 위한 다자주의 강화의 초석이 될 것이며, 우리 모두가 위기 이후 함께 더 강하게 복귀하는 데 있어 중요한 걸음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전 세계 지도자들이 모두를 위한 더 큰 자유의 정신에 입각하여 코로나19 백신의 공정한 보급에 기여해 나갈 것을 촉구합니다.

쥐스탱 트뤼도(Justin Trudeau) 캐나다 총리
살러워르크 저우데(Sahle-Work Zewde) 에티오피아 대통령
문재인(Moon Jae-in) 대한민국 대통령
저신다 아던(Jacinda Ardern) 뉴질랜드 총리
시릴 라마포사(Cyril Ramaphosa)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아프리카연합 의장)
페드로 산체스(Pedro Sánchez Pérez-Castejón) 스페인 총리
스테판 뢰벤(Stefan Löfven) 스웨덴 총리
엘리에스 파크파크(Elyes Fakhfakh) 튀니지 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