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방문]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바티칸 연설)

2018.10.17

존경하는 파롤린(Pietro Parolin) 국무원장님, 내외 귀빈 여러분!
가톨릭의 고향 성 베드로 대성당(San Pietro Basilica)에서 여러분을 만나고 미사를 올리게 되어 참으로 기쁩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를 직접 집전해 주신 국무원장님, 그리고 따뜻하게 환대해 주시고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교황청 관계자들께 한국 국민의 마음을 담아 깊이 감사드립니다.
반세기 전인 1968년 10월 6일 이곳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한국의 순교자 24위가 복자품에 올랐습니다. 한국말로 된 기도와 성가가 대성당에 최초로 울려 퍼졌습니다. 500여 명의 한국 신자는 뜨거운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국은 103위의 순교성인을 배출한 국가로, 한국의 순교성인 수는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에 이어 세계 4위입니다. 교황 바오로 6세는 그날 강론에서 “한국교회의 훌륭한 표양을 본받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한국은 선교사들에 의하지 않고 세계 교회사에서 유일하게 하느님 말씀과 직접 만나 교회가 시작되었다고 하셨습니다. 한국 가톨릭교회에 부여된 큰 영광이었습니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낮은 곳으로 임해 예수님의 삶을 사회적 소명으로 실천했습니다. 식민지와 분단, 전쟁과 독재의 어둠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정의, 평화와 사랑의 길을 비추는 등대가 되어 주었습니다. 한국의 사제들과 평신도들은 사회적 약자와 핍박받는 사람들의 곁을 지켰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때로는 거리에 서기도 했습니다. 나 자신도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와 천주교인권위원회 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했습니다. 나는 그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한국 국민은 민주주의와 인권, 복지를 위한 가톨릭교회의 헌신을 보면서 가톨릭을 모범적인 종교로 존중하게 됐습니다. 가톨릭교회에 영광이 있기를 빕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지금 한반도에서는 역사적이며 감격스러운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나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했습니다. 남북 간 군사적 대결을 끝내기로 했으며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한반도, 평화의 한반도를 전 세계에 천명했습니다. 지금까지 남북한은 약속을 하나씩 이행하고 있습니다.
비무장지대에서 무기와 감시초소를 철수하고 있습니다. 지뢰도 제거하고 있습니다. 무력충돌이 있어 왔던 서해 바다는 평화와 협력의 수역이 됐습니다. 미국과 북한도 70년 적대를 끝내기 위해 마주앉았습니다. 교황 성하께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하신 기도처럼 한반도와 전 세계의, 평화의 미래를 보장하는 바람직한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 국민은 2017년 초 추운 겨울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촛불을 들어 민주주의를 지키고 새로운 길을 밝혔습니다.
촛불혁명으로 시작된 평화의 길이 기적 같은 변화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교황청은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대표단을 파견하여 한반도의 평화를 강력하게 지지해 주었습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평화를 향한 우리의 여정을 축복해 주셨고 기도로써 동행해 주셨습니다. 평화를 갈망하며 형제애를 회복하고 있는 남과 북, 우리 겨레 모두에게 커다란 용기와 희망을 주신 교황 성하와 교황청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파롤린 국무원장님, 내외 귀빈 여러분!
기독교와 유럽 문명이 꽃피운 인류애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한반도에 용기를 주었습니다. EU가 구현해 온 포용과 연대의 정신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향한 여정에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인류는 그동안 전쟁이라는 부끄러운 역사를 써 왔습니다. 한반도에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성경 시편 말씀처럼 이제 한반도에서 자애와 진실이 서로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출 것입니다.
오늘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올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는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 모두의 가슴에 희망의 메아리로 울려 퍼질 것입니다.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 국민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기도는 현실 속에서 반드시 실현될 것입니다.
우리는 기필코 평화를 이루고 분단을 극복해 낼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의 평화를 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