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방문] 싱가포르 렉처

2018.07.13

존경하는 싱가포르 국민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북미 정상회담은 평화의 길을 밝혔습니다. 먼저 세기적인 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해 주신 싱가포르 국민과 정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연구에서 세계 최고이며, 아시아의 가치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렉처에 초청해 주신 동남아시아연구소에 각별한 우정을 느낍니다.
2017년 필리핀 마닐라(Manila)에서 리센룽(李顯龍) 총리를 만났습니다. 우리는 빠른 시일 내에 서로 방문하자고 약속했습니다. 고대하던 만남이 이루어져서 아주 기쁩니다.

싱가포르 국민 여러분!
싱가포르는 곧 평화입니다. 평화를 이야기하지 않고 싱가포르를 말할 수 없습니다. 작은 어촌에서 시작한 싱가포르 역사는 평화를 일궈 가며 번영에 이르렀습니다.
냉전과 콘프론타시(Konfrontasi)로 반목하던 시기 싱가포르는 아세안 창설을 주도하고 대화를 이끌었습니다. 아세안 중심이라는 가치를 세우면서 아세안+3와 동아시아정상회의를 통해 아세안의 외연을 확대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동남아시아가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세안이 있었습니다. 지역협력이라는 제3의 길을 개척하며 지역 안정을 유지했고 싱가포르는 가장 앞장서 평화를 추진했습니다.
동남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곳입니다. 무슬림과 불교, 기독교와 힌두교, 도교와 유교에 사회주의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아세안은 다양한 문명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실천적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이제 싱가포르가 아세안과 달성한 평화는 아세안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게 됐습니다. 21세기를 평화와 공존의 세기라 부를 수 있다면, 21세기는 아세안의 세기라 할 수 있습니다. 나는 그 중심에 싱가포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도 누구보다 평화를 원합니다. 한국만큼 평화가 절실한 나라는 없습니다.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었고 늘 전쟁의 위협에 시달리며 많은 고통을 감내해 왔습니다. 나 또한 삶의 터전을 뒤로한 채 빈손으로 피난선을 탄 전쟁 피난민의 아들로서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평화를 위한 싱가포르의 일관된 노력이 이곳을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만들었습니다. 평화를 일궈온 싱가포르 국민의 지지가 있었기에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했다고 여겨집니다. 평화를 향한 아세안과 싱가포르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평화를 통해 모두가 더 큰 번영으로 함께 가자고 말씀드립니다.

싱가포르 국민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한국에게 아세안은 평화공동체를 만들어갈 동반자입니다. 함께 경제발전을 이뤄낼 교역파트너이자 투자대상국입니다. 이제 이웃을 넘어 가족 같은 관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나는 아세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아세안과 함께 미래를 열어가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2017년 5월 취임 직후 역대 최초로 아세안에 특사를 파견하여 아세안과의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하고자 했습니다.
9월에는 내 고향인 부산에 아세안 대화상대국 중 처음으로 아세안문화원을 건립했습니다. 11월에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순방하여 신남방정책을 선언했습니다. 올해 3월에는 베트남을 다시 방문해 쩐 다이 꽝(陳大光) 주석과 역내 평화증진과 상생번영을 위한 실질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곳에 오기 직전 인도 모디(Narendra Modi) 총리와도 역내 다자협의체에서 더 깊은 공조와 미래지향적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한국과 싱가포르는 1975년 수교 이래 자유롭고 개방된 경제, 역내 평화와 안정이라는 공통 지향점을 가지고 함께 협력해 왔습니다. 양국은 식민지에서 독립한 후 수많은 도전을 해 왔습니다. 두 나라 모두 부존자원이 없지만 사람을 희망으로 여겼고 인재를 양성했습니다. 국민의 힘으로 ‘적도의 기적’과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이로운 경제성장을 이룩했습니다.

어제 리센룽 총리와 나는 한국과 싱가포르 간의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합의했습니다. 인재양성을 위한 교류를 확대할 것입니다.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경제협력이 이뤄질 것입니다. 한국의 기업들은 이미 싱가포르의 주요 랜드마크 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함께 준비하고 역내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이 한층 긴밀해질 것입니다.
한국과 아세안은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채우고 이득이 되는 관계입니다. 평화와 공동번영의 미래를 열어갈 최적의 동반자라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아세안과의 관계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의 주요 국가들 수준으로 격상・발전시켜 간다는 전략적 비전을 갖고 신남방정책을 역점 추진하고 있습니다. 신남방정책은 싱가포르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국가와 사람, 상생번영, 평화를 위한 미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신남방정책을 통해 더 많이 더 자주 사람이 만나고, 실질적 협력을 위해 상생번영의 기회를 넓히며 한반도와 아세안을 넘어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싱가포르는 금년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아세안의 평화와 번영을 이끌고 있으며 한국의 신남방정책 핵심 파트너입니다. 싱가포르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아세안과 한국의 관계가 심화・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싱가포르 국민 여러분!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균형추이며 동서양 문명의 용광로입니다. 작지만 아주 거대한 품을 가진 나라입니다. 불교의 절과 힌두교의 사원, 기독교의 교회와 이슬람의 모스크, 도교 사원이 하나의 거리에 어울려 있고, 9,000여 개의 다국적 기업 회사원이 이 거리를 걷고 있습니다. 다인종, 다문화의 화합과 조화에 있어서 세계 최고입니다.
무엇보다 경의를 표하는 것은 이념의 편견이 없고, 이념에 끌려 다니지 않으며, 오히려 스스로 이념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력 위주의 실용을 우선하는 사회이며 어느 나라보다 청렴합니다. 또한 사법 체계가 가장 공정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화합과 조화를 이룬 싱가포르의 힘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었을 것입니다.

한국은 이념 대결로 오랫동안 몸살을 앓아 왔습니다. 남북 분단은 이념을 앞세운 부패와 특권과 불공정을 용인했고 이로 인해 많은 역량을 소모했습니다. 우리로서는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한국도 지금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싱가포르에게 배워야 할 점이 참으로 많습니다.
싱가포르의 대담하게 상상하고 실천하는 힘도 실력과 실용, 청렴과 공정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 힘으로 세계 환적량 7분의 1 이상을 처리하며 컨테이너를 바다로 띄워 보내는 세계 2위의 항구를 이뤘습니다. 싱가포르의 차세대 국가비전인 ‘스마트네이션(Smart Nation) 프로젝트’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선제적 대응입니다. 그 혁신 프로젝트의 하나가 자율주행택시입니다. 좋은 대중교통 시스템으로 환경과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싱가포르의 목표는 자가용 차량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생각까지 바꿀 것입니다. 싱가포르는 혁신적인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으로 인류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나는 싱가포르의 도전을 보면서 아시아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확신을 가집니다.

나는 한국도 대담한 상상력을 실천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고자 합니다.
한국에는 싱가포르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또 하나의 기회가 있습니다. 바로 남북 경제협력입니다. 남북정상회담은 그 시작입니다. 2017년까지만 해도 누구나 꿈이라고 여겼던 일입니다. 한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경제지도를 그리게 될 것입니다. 남북은 경제공동체를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누구나 자기 실력을 공정하게 발휘할 수 있는 나라로 평화 위에 번영이 꽃피는 한반도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한반도가 평화를 이루면 싱가포르, 아세안과 함께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번영하는 지역이 될 것입니다. 인류의 미래를 밝히는 희망이 될 것입니다.

싱가포르 국민 여러분!
남북 간 판문점선언과 북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을 통해 남・북・미 정상은 역사의 방향을 바꿔 놓았습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자신에 찬 걸음을 시작했습니다. 나와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인식을 함께해 왔습니다. 공동의 인식하에 한미 양국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양국의 특사단 왕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이르는 역사적 대전환의 모든 과정을 함께해왔으며, 앞으로도 함께해 나갈 것입니다. 아베(安倍晋三) 총리와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긴밀한 소통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남북 관계 정상화는 북미 관계의 정상화에 이어 북일 관계의 정상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북일 관계의 정상화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일본과도 최선을 다해 협력하고자 합니다.

지난 5월 일본에서 개최한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일본과 중국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축하하고, 판문점선언의 충실한 이행을 위한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2017년 12월에 베이징을 방문하여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한반도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자는 공동의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지난달 러시아에서 만난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과는 남・북・러 3각 협력을 준비하기로 합의했고, 한반도와 유라시아가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을 두 번 만났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념 대결에서 벗어나 북한을 정상국가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욕이 매우 높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지킨다면 자신의 나라를 번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결코 순탄치 않은 길이지만 정상 간 합의를 진정성 있게 이행해 나간다면 분명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이 비핵화 이행방안을 더 구체화하고 한국과 미국이 상응하는 포괄적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한다면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하루빨리 평화체제가 이뤄져 경제협력이 시작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판문점선언과 센토사 합의가 지구상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합의로 기록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싱가포르 국민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지금까지 지지해 주신 것처럼 싱가포르와 아세안의 건설적인 역할을 기대합니다. 한국과 아세안은 그동안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에 공감해 왔습니다. 특히 아세안은 2000년 이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SEAN Regional Forum, ARF)을 통해 북한과 국제사회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은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다자회의로서 북한과 국제사회 사이 중요한 소통창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아세안은 일관된 목소리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고 평화와 번영의 길로 돌아오도록 독려해 왔습니다.

한반도 평화정착으로 가는 여정에 한국과 아세안이 함께하는 길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이 그랬던 것처럼 다음 달 인도네시아에서 개최할 아시안게임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화합의 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한국과 아세안 간 이미 구축한 다양한 협력과 교류 증진의 틀 내로 북한을 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갈 경우 아세안이 운영하는 여러 회의체에 북한을 참여시키고 북한과의 양자 교류 협력을 강화하길 바랍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본격화되기 전 아세안은 북한과 호혜적인 경제협력 관계를 맺었습니다. 아세안은 한・아세안 FTA를 통해 개성공단 상품에 한국산과 동일한 관세혜택을 부여하여 남북 간 경제협력을 지원했습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행을 통해 대북제재가 해제되면 한때 활발했던 북한과 아세안 간 경제협력이 다시 활성화될 것입니다. 북한과 아세안 모두의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정착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국과 아세안, 북한과 유라시아 경제를 연결하는 접점이 되어 아세안을 포함한 역내 국가의 새로운 경제성장동력을 만들어 내게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싱가포르 국민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싱가포르가 이룩한 화합과 조화는 21세기 인류의 이념입니다. 동과 서, 남반구와 북반구, 세계가 만나는 지금 싱가포르는 교차점에서 용광로가 되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나는 싱가포르가 지난 50년의 성취를 넘어 또 다른 기적을 만들어 내리라 확신합니다. 지금까지처럼 아세안의 평화와 번영을 이끌며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평화정착이라는 한반도의 목표에도 항상 함께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
아시아의 평화로 아시아 시대를 열어 갑시다. 아시아의 번영으로 인류의 희망을 만들어 냅시다.
감사합니다.